내가 올린 게시물에 ‘좋아요’가 많으면 내심 기분 좋곤 하죠. 인스타그램을 지인들과의 소통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리에 소홀한 계정이라도 어떤 게시물에 ‘좋아요’ 수가 평소보다 낮으면 신경이 쓰이게 되더라고요. (에디터의 개인적 경험입니다😅)
인스타그램에서 ‘좋아요’는 분명 긴밀한 네트워킹의 척도로서 작동합니다. 어떤 이의 기계적이고 심지어 의도 없는 탭핑 조차도 계정 주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. 내 일상을 공유하여 공감 받았으면 하는 심리를 충족시켜주니까요. 게다가 ‘🤍’라는 기호가 갖는 표면적 긍정성과 기능적인 공개성은 자존감을 높이는데 탁월하죠.
다만 정신건강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은 늘 제기되어 왔습니다. 인스타그램의 ‘좋아요’는 이에 기여 할지도 모릅니다.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게 되고 SNS에서 받는 피드백에 불안감을 느끼게 하니까요. 게다가 타인의 좋아요 수 나의 좋아요 수와 비교하게 되는 상황은 우울감을 유발하죠.
미국 하버드 의대 협진기관인 맥린병원의 재클린 스펄링 의사는 “현실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‘내가 다른 사람처럼 호감을 많이 얻었을까?’, ‘왜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나?’와 같은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다”며 “소셜미디어에서도 이런 행동을 이어가는 것”이라고 말합니다. (출처: 주간조선, “인스타 ‘좋아요’가 이렇게 건강에 해롭다니…”)
인스타그램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해요. 5월 말부터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이 다른 사람의 게시물 ‘좋아요’ 수를 숨기거나 자신이 쓴 글의 ‘좋아요' 수를 공개하지 않는 선택지를 추가 했거든요. 인스타그램 측은 타인의 반응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‘좋아요’ 노출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함이라 설명했습니다. 후자에 대한 설명은 ‘좋아요’를 어뷰징하여 영향력을 속이는 인플루언서들을 막으려는 자정 차원이라고 추측됩니다.
물론 이런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용자는 본인 게시물의 ‘좋아요’ 수를 언제든 확인 할 수 있지만, 공개되어야만 하는 상황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차이가 있습니다. ‘좋아요’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은 분명 줄어들 거에요.
사실 2019년에도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수를 감추는 기능을 전 세계에서 실험한 바 있습니다. 발표한 취지는 지금과 달랐어요. 얼마나 많은 호감을 얻는지가 아닌, 사용자가 공유하는 게시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험 방식을 유도하려는 기획이었습니다.
당시 테스트 단계는 윤리적으로 옳은 UX라는 견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. 다만 유명 인사와 인플루언서의 반발을 피할 수 없었죠. 이 지표가 사라지는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나비효과를 불러올 게 뻔했기 때문에요. 영국 더타임스는 이에 관해 전문가의 말을 이용해 ‘인플루언서의 종말’의 신호탄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.
다음은 영향력 캠페인을 전문으로 하는 #paid 플랫폼의 연구 발표입니다.
최근 #paid 플랫폼은 이러한 움직임이 인플루언서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살펴봅시다. 분명 인플루언서가 받는 압박감이 줄었습니다. 사라진 ‘좋아요’로 정신 건강(31%)과 창의적 자유(23%) 만큼 압박 감소(37%)로 이득을 보았다고 응답합니다. 또 소통 측면에서 진정성과 대화의 가치가 재발견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.
다만 게시물에 대한 참여가 줄었기 때문에, 크리에이터의 1/3 이상이 전환에 불만족을 표했습니다. 그들의 절반 이상이 업로드 된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했습니다. 게다가 크리에이터들은 좋아요 은폐의 연쇄효과로 댓글과 팔로워 증감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고 말합니다.
그렇다면 마케터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요? 불리하게만 작용할까요?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?
분명 이러한 변화는 신규 인플루언서 발굴을 어렵게 만듭니다. 이 변화는 알고리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내 게시물이 추천되는 유형을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. 인플루언서의 적극적인 게시 노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됩니다.
다만 이런 유저 액션의 거대한 변화는 정직하고 질적인 트렌드로 인도할 것이라 기대됩니다. 게다가 좋아요를 숨김으로써 더 자유로운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을 연 것은 플랫폼 자체가 산업의 건강함을 지향한다는 증거입니다. 이 산업이 더 발전될 길을 닦고 있다는 것은 유의미해요.
게다가 비즈니스적으로 다른 지표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영향력 측정에서 더 실질적이고 객관적이죠. 마케터들은 도달이나 임프레션, 저장과 같은 지표들에 더 많은 의미를 두게 될 것입니다.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는 비즈니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.
뿐만 아니라 마케터들은 댓글로 이루어지는 소통에 더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. 관심을 갖는 게시물에 더 오래 체류하는 이들이 어떻게 대화를 거는지, 왜 대화하는지 살펴보며 더 깊이 있게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을 터입니다.
아직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, 이 업데이트에 대한 지형적 변화를 뚜렷이 추측하기엔 무리가 있어요. 곰곰이 생각해보면, 앞선 실험을 탐탁치 않아 했던 기존 인플루언서들이 좋아요를 숨기기로 결정할지도 미지수고요. 벌써부터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기 보단, 이 진취적인 행보를 일단 지켜보기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.